랜선사수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이제까지 유튜브 댓글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댓글은 바로 <랜선사수>라고 저를 불러줬던 댓글이었어요. 그래서 랜선사수 시리즈로 제가 지난날 방황했던 저에게, 혹은 지금의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이렇게 적어보렵니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혹은 응원이 되길 바랍니다.

 

20대, 재수까지 하면서 가고 싶었던 학과에 합격하고, 소위 스펙을 쌓아가며 취업 준비도 하고, 그래서 관련 업계로 일도 하다가, 삶의 터전을 캐나다로 옮기면서 모든 경력에 마침표를 찍었죠. 마침표를 찍는건 어렵지 않았지만 방향성을 찾는건 쉽지 않았어요. 무엇을 하면 좋을지 1년 넘게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결론을 내렸을 때 참으로 후련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설레기도 했고요. 앞으로 무엇을 할거냐는 주변의 질문에 제 계획을 말하면 대부분 이런 반응이었어요.

이제까지 경력 쌓은게 아깝다. 
그 나이에 무슨 공부를 시작하려고? 
나이 들기 전에 빨리 애 부터 낳고 천천히 고민해. 
너 그러다 학비 빚만 쌓이고 이혼 당해.

서른살, 통계학으로 다시 대학가겠다라고 말했을 때, 응원해준 사람은 남편 뿐 이었습니다. (제 결정이 잘한 결정이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학비 빚만 쌓이고 이혼당할거라는 얘기도 들었죠. 20대 후반 2년간의 고민했던 시간, 서른 살의 학부 생활 시간과 학비, 기회비용까지 따져본다면 주변의 걱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해가지 않았던 것은... 경력을 바꾼다는 것 = 지난 날 내 선택이 잘못된 결정이라고 인정하는 것 이라고 바라보는 관점이었어요. 내가 정말 잘못한게 있다면 10대일때 앞으로 평생 해야 할 일을 선택하지 않았다는것? 그런데 그게 정말 잘못일까요? 가치관도 변하고 제 주변 상황도 변하는데 말이죠. 

 

물론, 한국은 나이가 중요해서 그렇기도 하겠죠. 최연소 타이틀... 정말 좋아하잖아요. 하지만 최연소 당사자 한명이 아닌 나머지의 인생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전 캐나다로 삶의 터전을 옮긴 상태였고, 캐나다에서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면, 20대의 경험으로 다시 새로운걸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도전이라는 말 조차도 나이가 들었을때 하는 도전은, 마치 현실을 모르는 사람으로 간주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이렇게 하기로 다짐했습니다. 

누군가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 없이, 결과를 떠나 응원하리라! 

내가 경력을 바꾼다고 해서 내가 경험한 20대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게 아니듯이, 비록 내가 중간에 자퇴하더라도, 그래서 누군가가 그걸 실패라고 말하더라도, 내가 했던 도전은 정말 값진 거라고 생각하리라!! 라고 말이지요. 

 

솔직히 저 역시 제 판단이 맞는 것일까?에 대한 고민을 수없이 했습니다. 어쩌면 그 고민만 2년 가까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인생에 있어서 지름길이라는게 과연 있을까? 빠른 길을 가더라도 그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누군가 나를 보면, 내가 느려보이겠지만,  매 순간 고민하면서 그 길을 걸어가는 나는 잘 가고 있는 것이다.  
중간에 그만 두더라도, 그걸 실패라 하더라도, 경험 그 자체는 소중한 것이다. 

 

비전공자인데 괜찮을까요? 
이 나이에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이런 질문을 유튜브 댓글에서 많이 보곤 했는데요. 물론 한국의 상황은 나이에 더 엄격하다는 것...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전에 있어서, 배움에 있어서 성공과 실패라는 두 단어로만 결론을 바라본다면 그 과정에 숨어있는 경험, 공부, 기회, 방향을 볼 수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Photo by&nbsp; Brett Jordan &nbsp;on&nbsp;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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