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한국인 문과생 출신으로 게다가 수학은 10년 전 수능 수학이 마지막이었죠. 그랬던 제가 캐나다 대학교에서 통계학을 다시 공부했다라고 하면,

수학 잘 하셨나봐요? 
수학 좋아하시나봐요? 

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여기서 잘 한다와 못한다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성적이 기준일까요? 학년이 지날수록 제 성적은 좋아졌는데, 수학을 점점 잘하게 된걸까요? 제가 수학을 좋아한다라고요... 흠. 먼저, 토론토 대학교 다닐때 일기를 보겠습니다. 일기장에 죄다 공부하기 힘들다, 학교가기 싫다라는 내용이 한가득 입니다. 

시험 보기 전에 로바츠 도서관에 많이 다녔는데요. 마치 감옥처럼 유리창 문으로 된 곳에 제 스스로 기어들어가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 얘기가 나왔으니 제가 제일 충격받았던 기억을 꼽자면요. 전공 교수님께서 칠판에 빽빽히 적어가며 강의를 하셨는데, 몇 몇의 학생들은 마치 영화관에 온것마냥 아주 편안한 자세로 교수님 강의를 듣기만 하는거예요. 뭐 공책, 랩탑 이런 거 없죠. 마치 영화감상 하듯이 듣기만 합니다. 전 교수님께서 뭐라 말씀하시는건지 이해도 안가는데, 그 학생은 교수님과 아주 자연스럽게 강의에 대해 얘기까지 주고 받는거예요. 그때 이런 생각을 했어요. 

 

우와...나만 이해 못 하나보다....... (씁쓸 + 큰일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끝이 없더라고요. 한동안 이런 생각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어요. 울기도 했었고, 그만 둘까? 그런 생각도 했었죠. 하지만 수학이 어렵다는 이유로 제가 하고싶었던 일을 못하게 된다면 너무 억울한거예요. 그런데 남편이 이런 얘기를 해줬습니다. 

 

너가 어려워하는건 그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뿐이야.

새로운 걸 창조하는게 어려운 것이고, 이미 누군가 다 만들어 놓은것을 이해하는 작업은 그저 내 자신이 익숙해지도록 그 과정을 반복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뿐... 어려운게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것 뿐이다. 전 이 말에 굉장히 위로를 얻었어요. 

 

그래서 제 스스로, 수학이 그저 익숙해지도록 했죠. 

토론토 대학교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학교가 예쁘다는 건데, 그런 풍경사진이 없네요. 

4학년 가을학기 끝나고 첫째를 출산하게 되었는데요. 대학교 4학년에 임신과 출산, 독박 육아까지 했으니 대학교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어려운게 아니라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뿐이다...라는 마음가짐 이었습니다. 

 

지금도 종종 일 하다가 막히면 이런 생각을 해요. 내가 지금 힘들어하는 이유는, 내가 이 과정을 처음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만약 이 작업을 두 번, 세 번, 여러 번 반복하면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지. 왜냐하면 그만큼 이 일에 익숙해졌다는 이야기니까. 그러니까 처음 과정을 잘 넘겨보자...라고요. 

 

프로그래밍 랭귀지를 처음 접하는 분 중, 파일을 읽지 못해서 난 프로그래밍에 소질이 없나보다..난 이 일을 하면 안되나보다- 라고 좌절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첫 번째 파일을 읽어보고, csv파일, excel파일, json 파일, 경로를 다르게 해서, 다른 환경에서 파일 읽는걸 10번만 하게 되면 내가 왜 파일 못읽어서 좌절 했었지? 라고 생각할 거예요. (네, 제 경험 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에 대해 힘들어하거나, 답답하거나, 좌절하는 마음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담아두기 보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라는 마음으로 덤덤히 그 과정을 밟아가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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